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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 사토시 감독의 일본 애니메이션 <천년여우> 줄거리 및 결말 :: 4K 리마스터링 버전 후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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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 사토시 감독의 일본 애니메이션 <천년여우> 줄거리 및 결말 :: 4K 리마스터링 버전 후기

쥬한량 2023. 9. 16.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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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쪽 일을 하셨던 지인 분이 꼭 보라고, 감독님 천재라고 적극 추천을 하셔서 보게 되었는데요,

사실 가서 오프닝 타이틀 나오기 전까지도 '천년여우'에서 여우가 Fox인줄...

(제가 스포일러를 너무 싫어해서 볼 영화에 관한 정보는 최대한 접하지 않으려고 기를 쓰기 때문에 가끔 이런 상황이 벌어집니다...;)

​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상영된다기에, OTT에서 서비스되는 것을 포기(?)하고 부천까지 가서 본 애니메이션입니다.

세기에 남을 여배우로 기억된 인물의 과거를 어느 스튜디오 대표가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스토리가 전개되는데, 독특한 형식과 화면 전환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나중에 '여우'가 여배우란 것을 깨닫고 나서는, '천년돌'처럼 '천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여배우'를 의미한다고 생각했는데, 누군가 설명해놓은 글을 보니 '천년에 걸친 사랑을 간직한 여배우'라고하네요. 흠, 사실 사랑은 타이틀 어디에도 없건만;)



내러티브가 굳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실사 영화로 찍었으면 더 재밌게 표현되었을 장면들도 있을 것 같은데(인터뷰 따는 두 사람이 여배우의 회상 장면으로 들어가는), 

몇몇 장면들은 애니메이션이어야 그 느낌이 제대로 살았을 것 같은 장면들이 있더라고요.



영화 속 영화이야기와 주인공 배우의 회상이 절묘하게 섞여있어서 줄거리를 정리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습니다만,

간략하게나마 결말까지 정리해보겠습니다. :)


수 많은 작품 속에서
자신을 연기한 여배우

스튜디오 로투스 사장 타치바나는 카메라맨과 함께 전설적인 여배우 후지와라 치요코의 일생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찍기 위해 자택을 방문합니다.

치요코는 수 많은 작품을 찍고 잘 나갔던 여배우였으나, 30년 전 은퇴를 선언하고 사라졌었죠.

타치바나는 치요코에게 낡은 열쇠를 건네주는 용건으로 인터뷰를 따낸 것이었고, 치요코는 열쇠에 얽힌 이야기를 하면서 과거 회상이 시작됩니다.

1926년 관동 대지진이 직후에 태어나 나름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면서 별다른 생각없이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하리라 여겼던 치요코.

그러던 어느 겨울, 경찰에게 쫓기던 한 남자(아마도 사상범)와 부딪쳐 그를 가게 창고에 숨겨주는데 자신을 화가라고 밝힌 남자는 만주에서 싸우는 동지들에게 곧 갈 거란 얘기를 하죠. 

남자는 자신의 이젤을 여는 열쇠를 소중한 것을 여는 열쇠라 말했는데, 그 열쇠를 떨어뜨린 채 경찰을 피해 다시 도망치게 됩니다.



치요코는 남자의 이름도 모른 채 그의 열쇠를 소중히 간직하고 다시 만나기를 바랍니다. 그러다 우연히 영화사에 배우로 캐스팅될 기회를 얻게 되었는데, 크게 생각이 없었다가 영화 촬영이 만주에서 이뤄진다는 말에 무작정 연기를 시작하게 되죠.



하지만 남자를 만나는 기회는 소원해지고 치요코는 자신이 영화를 많이 찍으면 찍을 수록 남자가 볼 기회가 많아질 테니 그걸로 언젠가 그를 다시 만나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수많은 역할을 해내는 치요코. 영화 속에서도 그녀는 한 남자를 향한 사랑을 위해 끊임없이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남자는 나타나지 않고, 곁에 있던 감독과 결혼을 하게 된 치요코. 

촬영장에서 잃어버렸던 열쇠를 남편이 가지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배신감을 느끼게 되는데, 예전에 남자를 붙잡아갔던 경찰이 찾아와 뒤늦은 사과를 건네며 남자가 남긴 편지를 치요코에게 전달합니다.

그가 풀려나면 홋카이도에 가서 그림을 그리겠다는 말이 적힌 것을 읽고 쫓아가지만 그곳에 남자는 없습니다.



SF영화 촬영을 마지막으로 영화계에서 은퇴한 치요코는, 왜 그랬냐는 타치바나의 질문에 자신이 남자가 기억하던 모습과 달라져서라고 답합니다(나이가 들었죠).



사실 이 영화 초반부에 치요코의 영화 출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때, 물레를 타는 노파가 나와서 저주같은 말을 합니다. 천년에 걸쳐 사랑을 쫓게 될 거라고.

그 노파는 치요코 자신이 스스로에게 하는 예언이자 저주였던 거죠.

그리고 치요코가 경찰에게서 마저 듣지 못한 비밀이 있었는데, 타치바나가 실은 그 말을 대신 들었습니다.

치요코가 찾던 남자는 경찰의 모진 고문에 죽음을 맞아서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지 오래되었던 겁니다.

치요코는 병세가 악화되어 입원을 하고 죽음을 앞둔 순간에 타치바나에게 사실은 그를 만나지 않은 게 아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다시 SF영화를 찍던 장면으로 치환된 화면에서 치요코는 "사실 그를 쫓는 나 자신이 좋았다"라는 진심을 깨닫고 우주를 가르며 날아갑니다. (끝)


애니메이션은 화면의 작은 표현(이미지의 움직임) 하나까지도 생각하고 계산해내고 표현해야하는 어려운 작업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한때 애니메이터를 꿈꾸기도 하였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덤빌 뻔 했구나 식겁.)



예를 들어, 넘어지는 장면을 영화로 찍는다고 하면 그냥 배우가 넘어지는 장면을 프레임 안에서의 구도, 크기, 배경 등만 생각해서 찍으면 되지만,

애니메이션으로 그릴(!) 때에는 넘어질 때의 움직임, 흔들리는 옷자락, 머리카락, 표정, 박자(속도), 그림자 등 정말 생각해야될 게 많잖아요.



글로만 표현하면 되는 직업은 생각해보면 어찌나 편한지... (감사?)



일본 영화를 많이 보신 분들은 이 작품 안에서 많은 작품이 오마주 되었다고 하니, 그걸 알아채는 재미도 쏠쏠하지 않을까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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