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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퀴어 영화 <조이랜드> : 여전히 세상 어느 곳엔가는 가부장제에 갇힌 소수자들이 있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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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퀴어 영화 <조이랜드> : 여전히 세상 어느 곳엔가는 가부장제에 갇힌 소수자들이 있다

쥬한량 2024. 1. 23.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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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 <괴물>을 본 날, 1일 2영화로 본 영화입니다.

어쩌다 보니 '섬세한 성향의 남자'가 주인공인 영화를 연달아 보게 되었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괴물>이 훨씬 재밌었고

그러나 특이하게도 눈물이 난 건 이 영화였다는...?



물론 우리(여성들은?)는 주인공보다는 여자 캐릭터들에게 감정이입이 더 많이 되어서이기도 한데,

저는 아무래도 절제되어 연출된 상황보다는 터트리는 상황에서 함께 감정을 터트리는 타입이라,

극중에서 큰 동서가 윽박지르며 남자들을 혼내는 장면에서 눈물이 터졌습니다. (그녀도 상황을 짐작했음에도 자신의 상황 때문에 그런 결말을 만든 셈이라 자책감이 함께 있어서)



어쨌든 모든 건 가부장적 문화의 폐해였다고 보입니다.

그 피해를 단 몇 명만이 당한 건 아니기에 더욱 슬픈 이야기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즐겁지 않은 <조이랜드>의 이야기를 결말까지 간략하게 정리해보겠습니다.


자신으로 살지 못하게 하는
관습의 파괴적 결말

파키스탄의 전형적인 가부장제 가족 구성원 중 둘째 아들인 하이더르(알리 준조).

아내인 뭄타즈(라스티 파루프)가 미용실에서 일하며 돈을 벌고 하이더르는 취업을 하지 못한 상황이라, 형수를 도와 집안일은 물론 3명의 조카딸을 돌보는 역할도 하죠.



아버지 아만은 휠체어를 타야할 정도로 몸이 불편하지만 두 아들과 며느리들에게는 절대 복종을 강요하는 절대자입니다. 형도 한 목소리 높이지만 아버지에게는 까딱할 수 없죠.



어느날 하이더르는 친구의 주선으로 일자리를 찾다가 트랜스젠더 여성인 비바(알리나 칸)의 백댄서를 하게 되면서 자신의 성정체성을 깨달아가게 됩니다. 

한편 하이더르가 취직을 하면서, 큰 동서가 혼자 집안일을 다 챙기고 육아를 도맡아야할 상황이 되자, 아만은 뭄타즈에게 미용실을 그만두고 집안일을 도우라고 합니다. 

처음엔 거부해보는 뭄타즈, 하지만 명령에 가까운 아버지의 말에 형과 형수가 거들자, 하이더르까지 어쩔 수 없다는 듯 뭄타즈를 집아 들어 앉힙니다.



뭄타즈는 그런 상황이 맘에 들지 않지만, 관습과 상황을 이해하기에 하릴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죠.

하이더르는 뭄타즈에게 미안해하지만, 그도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

사실 하이더르와 아내인 뭄타즈와의 관계는 애초에 부부라기 보다는 서로를 잘 이해해주는 친구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뭄타즈도 그런 관계에 만족하는 듯 보였지만, 옆집 남자가 골목길에서 자위행위를 하는 것을 훔쳐보는 행동은 하이더르와의 관계를 받아들이되 스스로는 완전하지 못한 상태였다는 걸 암시하는 듯해요.

하이더르가 비바와의 관계에 빠져들수록 가족 간의 갈등도 점차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하이드를 이해하는 뭄타즈는 그를 돕지만, 아버지와 형은 불만스러워하고 큰동서도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죠.

영화는 하이더르, 뭄타즈의 상황에 더해,

근처에 살면서 아만을 챙겨주던 과부 아주머니가 어쩌다 아만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낸 상황으로 인해 펼쳐지는 사태를 보여주면서 파키스탄에서의 가부장제와 관습이 어느 정도까지인지를 다시 한번 짚어줍니다.

(아주머니만 불쌍... 이놈 저놈 다 나쁜 시키들...)




하이더르는 비바와의 관계가 이상해지고 (비바와 잠자리를 하면서 자신도 탑이 아니라 바텀일 수 있다는 걸 깨달으면서 위치를 바꾸려다 비바에게 쫓겨남)



그 와중에 뭄타즈는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면서 정신적으로 힘든 상태가 됩니다. 뭄타즈는 자신이 하나의 인간이 아니라 아기를 낳아야 하는 도구처럼 느끼게 된 것 같습니다. 하이더르는 아무것도 모른 채 자신의 상황에 대해 간접적으로 고백까지 하죠.

그래서 만삭인 상태에서 치러진 시아버지 아만의 생일 잔치에서 이상 행동을 하게 됩니다.

아만이 예전에 어느 점쟁이에게서 아들손자를 못 볼거라는 얘길 들었는데, 뭄타즈가 임신한 아기가 아들이라면서 기뻐하는 말을 들었을 때였죠.



갑자기 마당에서 조카딸들을 불러모아 술래잡기를 시작하며 뛰어다닙니다. 소리를 지르고 몸을 함부터 부딪치고 하면서요. (제가 보기엔 유산시키려는 의도가 보였..)

하지만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고 잔치가 끝납니다.



지친 얼굴의 뭄타즈는 화장실에 들어가 변기 수조에 숨겨두었던 뭔가를 꺼냅니다. 고심하다 한모금 마시죠.

그런데 잠시 후 하이더르가 노크하며 오래 걸리냐고 물어봅니다.

뭄타즈는 아니라며 곧 문을 열어주죠.



하이더르와 오늘 잔치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더 큰 외로움을 확인하게 됩니다.

하이더르가 먼저 나가고 문이 반쯤 열린 화장실 안에서 뭄타즈는 남은 약을 다 마십니다.



그렇게 죽음을 맞은 뭄타즈의 장례식이 끝나고, 집을 치우면서 하이더르의 형이 아기를 데리고 죽은 뭄타즈를 탓하자 큰동서가 저지합니다. 거기에 하이더르에게까지 아내를 간수하지 못했다고 소리를 높이자, 하이더르까지 분개해 말다툼이 일어나죠.

형은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지만, 적어도 큰동서와 하이더르 만큼은 자신들이 뭄타즈에게 얼마나 큰 짐을 지우고 잘못을 했는지 압니다. (시아버지는? 모르겠어요)



하이더르는 기차를 타고 어딘가로 갑니다. (사실 이건 회상과 현재가 뒤섞였어요)

뭄타즈와 결혼하기 전 그녀를 몰래 먼저 찾아갔던 겁니다. (이쪽은 아직도 결혼 전에 남녀가 서로를 모른 채 어른들이 사진만 보여주면서 결혼을 결정하나 봐요...;;)

혹시 뭄타즈가 자신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면 남자 쪽에서 거절하는 것이 훨씬 쉬우니 그렇게 해주겠다며 의사를 물으러 간 것이죠. (하아, 이런 섬세한 남자)



뭄타즈는 하이더르가 그런 목적으로 왔다는 것에도 감동했고, 결혼 후에도 일을 하게 해준다는 말에 결혼을 승낙했던 겁니다. 하이더르도 당시엔 충분히 뭄타즈를 일하게 해주고 싶었으니 취업을 안하고 살았던 거겠죠.



그 기억을 가진 채 하이더르는 바다에 도착합니다. 그때까지 한번도 바다를 보지 못했던 하이더르는 비바가 이야기했던 바다이자, 뭄타즈가 자주 가봤지만 들어가보진 못한(여자애들은 옷 젖는다고 어른들이 못 들어가게 함) 그 바다에 한 걸음씩 들어가며 (끝).


영화인들이 올해 가장 사랑한 엔딩 장면이라고 하는데.... 거기에 동의는 못하겠어요. ㅎ



저는 사실 오전에 본 <괴물>이 더 재밌기도 했던데다, 

우리에겐(?) 아주 새로울 주제도 아닌 지라 중간에 조금 졸기도 했...



기회가 되신다면 보면 생각해볼 거리도 있어서 좋지만, 아주 강추드리는 영화는 아닙니다.

여튼, 가부장제! 정신 차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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