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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의 스캔들_평점:7점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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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의 스캔들_평점:7점

쥬한량 2010. 8. 1.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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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극장 개봉은 놓치고 잊어버리고 있다가... 언젠가 또 꽂혀서 다운만 받아두었다가, 하드 용량이 없어서 우연히 보게된 영화.

어릴 때 영화음악 피아노책에 보면 있었던 <천일의 앤>이란 영화 주제곡이 있었다. 영화를 본적도 없고 무슨 영화인지도 몰랐지만, 음률이 어렵지 않고 조금은 익숙한 느낌이라 가끔 쳐보던 곡. 저기서 '천일의' 라는 뜻이 뭔지 몰라서 참 궁금해했었다. (어린 시절엔 '빨간머리의' 앤, 뭐 저런 식으로 뭔가 형용사적 단어라고 생각했었다.)
좀 자란 후에야(거의 고등학생, 대학생?) 저 천일이 1000일인 것을 알게되었고, 앤의 집권시기가 약 1000일인 짧은 기간을 의미하는 영화제목이었다는 것도 알게되었다. 그 영화의 느낌을 이어서 이 영화도 '천일의 스캔들'이라고 붙인 듯 싶다. (하지만 아마도, 그 뒷 얘기를 모르는 사람들은 영화를 보고 나서도 왜 저 영화가 천일의 스캔들인가 싶을거다.)

<줄거리> 헨리8세의 부인인 캐서린 왕비가 계속 후계자를 낳지 못하자 주위에서 정치적 세력확장을 노리던 불린가의 외삼촌은 앤 불린(첫째)을 왕의 정부로 만들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우연한 사고로 앤보다는 메리(둘째, 이땐 이미 결혼한 몸)를 맘에 들어한 왕은 그녀를 궁전으로 불러들인다. 앤은 그 일로 메리와 사이가 틀어지게되고, 결국 사고를 쳐서 프랑스로 쫓겨간다. 그러나 메리가 왕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자 왕의 관심을 지속시키기 위해 외삼촌은 앤을 다시 영국으로 불러들인다. 앤은 메리에게 복수하는 심정으로 철저한 계획 하에 왕을 유혹하고, 애간장이 탄 왕은 메리가 아들을 낳은 그 순간에 그녀를 배신하고 앤에게 맹세를 한다. 그러나 앤의 욕심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캐서린 왕비를 몰아내고 자신이 여왕이 되고자 한다. 그리고 그 야심은 결국, 그녀를 파멸로 밀어넣는다...

*결혼한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왕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니, 정말 군주제 하에서는 별일이 다 있었나싶다. 부인을 보내는 남편도 잘 이해할 수 없는데, 생각해보니 그건 남자 대 남자로서 왕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왕이라는 반쯤은 신격화된 존재에게 자신의 아내를 바치는 개념이었을 것 같긴하다.
**원래 호칭은 '여왕(Queen)'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왕-왕비, 왕자-왕세자비(해외에서는 왕세자비란 개념이 없고 무조건 공주 Princess)라서 간혹 외국 역사물을 보다보면 문화적 차이가 확 느껴질 때가 있다. (아시아가 혈통을 더 중시한다는? - 결혼해서도 성을 유지시키니까. 예전에 어느 교수가 그랬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여자 성이 남편 성을 따라가지 않는 것은 여자의 인권을 높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남편의 가문에 '감히' 못 끼어들게 하는 것이라고)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가서, 배우들의 연기가 정말 좋다. 나탈리 포트만의 나이를 잊게 만드는 동안도 동안이지만, <레옹>에 나왔던 그 작은 소녀가 올바르게 성장하여(별다른 스캔들도 없이, 게다가 그녀는 하버드 출신!) 도도하고 지적이었지만 불안한 심리로 몰락해가는 앤을 완전하게 연기해냈다. 워낙 강한 악녀로 인식된 '앤 불린'이라는 캐릭터를 인간적인 면모를 가진 모습으로 재탄생시켰다.
스칼렛 요한슨 역시 앤의 뒤에 숨겨져있었던 '메리 불린'을 잘 이끌어 내었다. 원제인 <The other Boleyn girl>은 그래서 이 영화가 메리에게 초점이 맞춰진 영화라는 것을 말해준다. 결국 처음과 끝에는 화려하고 강했던 앤보다는 메리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엘리자베스 여왕은 앤의 딸이구나.)
에릭 바나가 연기한 헨리 왕은 우리나라로 치자면 '숙종' 같은 캐릭터로 느껴지는데(바람기 면에서. 숙종은 좀 더 유약했던 것 같다. 하지만 헨리 왕은 이혼 한번 하자고 로마 교황청과 인연을 끊어버리는 결단력이 있다 - 미쳤던지), 캐릭터가 그래서 그렇지, 에릭 바나는 멋졌다.
조연이었지만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가 연기한 앤과 메리의 어머니도 인상적인 캐릭터. 그 시대의 여성상들은 보통 속없고 돈과 명예만 쫓는 여자들로 많이 그려지는데, 이 캐릭터는 정반대였다. 정치적 야심에 희생되는 자신의 아이들을 안타까워하고 가능한 막고 싶어했다. 하지만 그녀에겐 올바른 생각은 있었지만 힘이 없었다....

파국으로 치달은 엄청난 스캔들이었지만, 모든 것의 원인은 '자존심'에 있었다고 보인다. 헨리 왕이 도도한 앤에게 처음부터 그냥 빠져줬다면 앤과 메리가 다투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앤이 그렇게까지 독해지지도 않았을 거다. 메리가 왕에게 간택되었을 때, 그냥 축하해 주었다면 앤이 프랑스로 쫓겨갈 일도 없었을 것이다. 왕이 앤에게 다시 빠져들게 된 것도 자신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앤의 태도에 혹했기 때문이며, 앤이 왕과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없었던 이유도 그녀의 자존심 때문이었다. 인생이 얼마나 우연스럽고 부질없는지.

위에 언급은 안되었지만, 앤,메리와 함께 행복하게 자랐던 막내 조지. 어쩌면 그가 가장 큰 피해자일지도 모른다. (정치적 위치 때문에 가장 질색하는 여자와 정략결혼하고, 잘못도 없이 자신의 부인에게 고발당해 죽는다.)
귀여운 미소의 조지 역은 '짐 스터게스'로 영화 <21>에서 주연이었던 배우. (21에서는 엄청난 꽃미남 포스였는데, 여기선 그냥 좀 호감형. 달라 보이는 게 재미있다.)

오늘은 영화삘이 충만해서, 리뷰도 굉장히 길게 되네요. 아하하;
역시 보고나서 바로바로 써주는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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