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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ey

러부리 후렌즈, 케냐 가다(5)

쥬한량 2013. 3. 2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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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1,2일차(9/27~28)
정말 우리가 아프리카로 가는 거야? (3)

 

 

점심을 배 불리 먹고 롯지를 전체적으로 둘러보기로 했다. 산책길에 우연히 발견한 ‘헤밍웨이스(Hemingways)’는 정말 가장 아프리카적인 장관을 우리에게 선사했다. (사실 이후에 더 많은 것들 것 보긴 했지만, 이때까지는 여기서 본 것이 우리에게 가장 큰 장관으로 인식됐다.)

 

: , 진짜…

워니: ? 무슨 일 있어?

: 너무 멋있어서…

 

내가 원래 좋은 표현을 자주 하는 편이 아니라서, 나의 경탄이 친구들에겐 짜증내는 소리로 느껴질 만큼, 자동으로 감탄사가 나왔다.

 

 

오후 게임 드라이브 시간까지는 약간 여유가 있어서 미리 봐두었던 수영장으로 향했다. 난 햇빛이 두렵고(살이 까만 편이라, 더욱 잘 탄다.) 다음날 또 숙소를 옮겨야 하는 것에 대한 귀찮음(수영복 말려야 하니까)으로 달삣의 꼬드김을 고사했다. 결국 달삣만 수영을 하기로 하고 우린 옆에서 지켜 봐주기로 했는데, 달삣이 들어가자 수영장 관리 직원이 갑자기 나오더니 청소망으로 열심히 물 위에 떠 있던 나뭇잎 등을 치워줬다. 그러면서 그걸 달삣 쪽으로 휘저으며 ‘Big Fish’를 낚겠다며 농담을 하곤 유쾌하게 웃었다.

케냐인들은, 자신들의 농담에 자신들이 더 웃겨 했다. 그만큼 유쾌한 사람들이었다. 덕분에, 그의 등장에 약간 경직되어있던 우리도 덩달아 큰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사실 달삣은 ‘큰 물고기’가 자신에 대한 은유라는 것을 모르고, 주변에 그런 물고기가 있다고 하는 줄 알고 엄청 겁을 먹고 소리를 질렀었다고 한다. (난 그저 그녀가 신이 나서 웃는 것인 줄 알았;;)

 

 

 

 

 

 

드디어 첫 번째 게임 드라이브 시간. 긴장도 되고 약속시간에 늦는 걸 싫어하는 우리 일행은, 폴과 약속한 3 40분보다 조금 일찍 롯지 입구에 도착했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워낙에 여유만만하고 ‘인샬라(Inshallah: 신의 뜻대로)’를 입에 달고 다는 성격들이라고 해서 이럴 때도 늦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웬걸, 폴은 이미 도착해서 생수병을 시원하게 하기 위한 얼음을 아이스박스에 준비해두고 롯지 직원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이후부터 계속된 ‘약속’과 관련된 모든 상황에서, 케냐 사람들은 언제나 한계를 절대 벗어나지 않았다. 간혹 아프리카 사람들은 자신들이 게을러서 못 사는 건데 왜 해외에서 원조를 계속 해줘야 하느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이들이 절대 게으르지 않으며, 단지 척박한 환경 탓에 삶의 질이 떨어지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도움이 조금 필요할 뿐이라는 것. 그리고 아마 환경과 관련이 없는 산업이 이들에게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수단으로 제공된다면, 충분히 자신들의 힘으로 생활을 끌어올릴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내가 겪은 그들에 근거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잠깐, 알아볼까?> 왜 ‘게임 드라이브’라고 할까?

정확하진 않지만, (<아웃오브아프리카>에 근거한) 워니의 의견 + 웹 서핑을 통해서 찾은 정보에 따르면, 과거엔 서양인들이 아프리카에서 동물들을 사냥 다니는 것이 하나의 스포츠이자 ‘게임’이었기 때문에, 그때 동물들을 찾아 돌아다니던 것이 오늘날 ‘게임 드라이브’로 변모했다는 설이 있다.

 

 

출발한 지 얼마 안되어서 갑자기 비가 오기 시작했다. 멀리 보이는 다른 곳들은 여전히 햇빛이 창창한데, 우리 위를 지나는 옅은 회색 빛의 구름 밑으로는 물을 흩뿌리는 것처럼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아프리카에서 비를 만나기란 쉽지 않을 것 같았는데, 마치 우리의 여정이 시작되는 것을 축복이라도 해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실제로 둘째 날도 비가 또 와서, 생각보다 이 곳에 양은 적지만 꽤 자주 비가 내리는 건 아닌가 생각됐었는데, 그 이후로는 비를 본 적이 없었다.)

 

갑자기 폴이 ‘아주 시원한 것으로’ 물을 한 통 달라고 했다. 운전하고 있는 중이라 우리가 뚜껑까지 아예 따서 건넸는데, 들이붓듯이 그대로 목구멍으로 원샷. 여행지에서 만나는 새로운 모습, 우린 그 작은 묘기(?)에도 박수를 치며 즐거워했다.

 

게임 드라이브는 사파리(공원) 내를 도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흙 길을 달린다. 암보셀리는 (나중의 공원들과 비교해봤을 때) 특히나 메마른 지역이었다. 그래서인지 바람을 타고 들어오는 흙 냄새가 강했는데, 한국에서 그 냄새를 맡는 것과는 달리, (기분이었을지 모르지만) 건강한 흙 바람으로 느껴졌다. ‘아, 자연이다!’ 이런 느낌?

 

 
(남의 차임을 밝혀둡니다. 우리 차는 조금 더 서민적이었어요 ㅋ)

 

폴이 타조가 나타났다며 첫 번째 동물의 출현을 알려줬다. 우리의 반응은, ‘뭐? 타조? 그런 건 동물원에서 많이 봐서 별로 안 신기한데…’ 라고 속으로 생각하였으나, 그래도 관광객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사진은 찍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오히려 이곳에서는 우리가 가젤 영양 종류를 신기해하듯이, 타조가 더 보기 힘든 존재라 했다. 더불어, 폴은 덧붙였다. ‘고기가 엄청 맛있다’고(;;). 

 

암보셀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동물은 ‘와일드 비스트(Wild beast)’였다.

우리는 이전에는 전혀 볼 기회가 없었던 동물인 셈인데, 마치 그리스 신화 같은 곳에 나올 것 같은 풍모를 지니고 있었다. 뭔가 근엄하기도 하고 풍기는 분위기가 신비했다. 이후의 다른 공원에서도 볼 수 있었지만, 암보셀리에서 처음 봐서인지 다른 곳에서 보는 것들과는 느낌이 확연히 달랐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무튼, 난 녀석들에게 빠져버렸다.

 

길을 따라 달리다 보니, 저 멀리 코끼리 떼가 모여있는 곳이 있었다. 폴은 그들을 보러 가자고 차를 돌렸다. 가는 곳곳에 원숭이들도 꽤 있었는데, 우리가 원숭이들을 신기해하는 반면, 폴은 마치 우리가 한국에서 개나 고양이를 보듯이 원숭이를 대했다. (사실 그들이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실제 우리가 여행 다니는 동안에도 개, 고양이 보다 원숭이나 가젤, 얼룩말이 훨씬 더 많았다.)

 

갑자기 폴이 무전기에서 흘러나오는 무선을 듣더니, 갑자기 차를 돌려 달리기 시작했다. 우리에게는 자세하게 설명해주진 않았고, 무슨 연락을 받았다고만 말했던 것 같다. 이제껏 운전했던 속도 중 가장 빠르고 급하게 차를 몰아서 이미 우리가 지나왔던 곳으로 다시 가고 있었다. 처음엔 그저 어리둥절해 했던 우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뭔가 나타났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도착한 곳에는 이미 여러 차량들이 무전을 들었는지 달려와 모여있었다. 폴이 잠시 살피더니, 차량 우측 너머의 (200미터는 족히 됐을 법한 거리에) 마른 풀잎들이 우거지 곳을 가리켰다.

 

: 치타예요.

러부리: ? 어디? 어디에? 안 보이는데?

 

여행 내내 느꼈지만, 가이드들은 매의 눈을 가지고 있다. 도시 정경에 익숙한 우리들은 동물들이 조금만 멀리 떨어져 있어도 찾기가 힘들었다. (3명 중 내가 제일 못 찾았던 듯;)

 

워니: , 저기! 풀 사이로 움직이는 거 있잖아!

 

그 말을 듣고 카메라의 광학 줌을 가동했다. (내 카메라는 중고로 산 올림푸스 제품인데, 이번 여행에서 그 진가를 봤다. 처음 샀을 땐 생각보다 얼굴 뽀샤시가 안 되어서 실망하였으나-인물 사진은 올림푸스가 제일 예쁘게 나온다고 했건만-똑딱이 임에도 30배 광학 줌이 가능하여 원거리 풍경을 찍기엔 최고였다.)

 

‘오, 뭔가 움직인다!

 

그래도 너무 멀긴 멀었다. 나름 당겨서 찍긴 찍었는데, 그렇게 훌륭한 사진이 나오진 못했다. 하지만 그래도 보기 힘들다는 치타를 야생에서 목격한 느낌은 정말 신기했다. 그리고 그 치타를 볼 수 있게 해준 폴의 노력에 고마웠고, 그들이 사용하는 무전 시스템에도 감탄했다.

 

: 우리 가이드들끼리는 다 친구라서, 이런 정보를 무전기로 공유해요.

: , 이건(무전기) 정말 좋은 시스템이네요!

: 아뇨, 좋은 팀웍 덕분이죠.

 

순간 뭔가에 얻어 맞은 기분이었다. 내가 좀 오버해서 생각하는 것일지도, 폴의 실제 말하고자 하는 의도는 그것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한글로 적어서 그렇지, 폴의 영어나 나의 영어나, 자기 식대로 말하기는 매한가지. 영어권 사람이 있었다면 결코 못 알아들었을 수도 있는 대화;), 나는 자연스럽게 기계 덕이라고 이야기했고, 폴은 사람의 덕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랬다. 아무리 좋은 기계가 있던 들, 이기적인 생각만 한다면 자신의 손님들에게만 경쟁적으로 발견한 동물을 보여주고 가이드로서의 주가를 올리려 할 수도 있다. 그게 자신에게 독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인간들은 종종 그런 선택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 몰락한다. 이대표는 케냐사람들의 공생하고자 하는 방식(‘같이 나눠 먹자’ 마인드?)이 공산주의적인 느낌이 들어서 싫다고 했지만, 나에게는 어쩌면 이것이 더 자연적이고 인간적으로 살아가는 방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우리 식구들은 다 알지만, 난 어릴 때부터 ‘우물 파지 않은 자, 물도 마시지 말라’ 주의를 온몸으로 실천하는 인간이었다. 그래서 휴일에 라면을 끓일 때 도와주지 않는 가족 구성원에게는, 철저하게 라면 한 가닥도 나눠주지 않았다. (내가 배불러서 못 먹는 상황이 아니라면 이것 때문에 자라면서 오빠와도 꽤나 싸웠다.) 그랬던 내가 생각이 이렇게까지 바뀌었으니, 철이 들긴 들었나 보다.

 


전체 이야기는 아래 Zip파일 또는 ISSU로 보실 수 있습니다.

러부리후렌즈_케냐 가다.zip

(PDF 파일도 양면으로 보실 때 가장 훌륭한 화면을 선사합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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