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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계획 (The 10 Year Plan, 2014) : 퀴어물에서도 벗어나지 않는 로코의 클리셰 :: 넷플릭스 퀴어 영화 본문
10년 계획 (The 10 Year Plan, 2014) : 퀴어물에서도 벗어나지 않는 로코의 클리셰 :: 넷플릭스 퀴어 영화
쥬한량 2020. 5. 24. 13:34넷플릭스, Netflix, 퀴어, 게이, Queer, Gay, 로맨틱코미디, 코미디영화, 10년 계획, The 10 Year Plan
어쩌다 보니, 퀴어물을 연달아 리뷰하게 되었네요. 이런 쪽 싫어하시는 분이라면 당연히 리뷰도 시간 낭비일테니, 건너 뛰시길 추천해요.
다만 여성분들은 (아마도) 큰 거부감 없이 즐길만한 로맨틱 코미디라고 생각됩니다.
성정체성만 바뀌었을 뿐
로맨틱 코미디의 클리세는 변하지 않아
1. (이성으로 느끼지 않았던) 오랜 친구 사이
2. 사랑보다도 가끔은 우선시 되었던 우정
3. 장난스런 맹세
4. 자신의 진심을 깨닫지 못했던 시간
뭐, 저 정도가 '친구'사이로 설정되었다가 사랑으로 발전하게 된 연인을 다룬 로맨틱 코미디에 자주 등장하는 클리세(전형, 어쩌면 너무 써먹어서 진부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영화 역시 저 요소들이 고스란히 투영되어있고, 특히 3번의 경우는 영화의 주요 소재가 되어 전체 이야기를 끌고 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주인공들이 25살에 장난스레 맺었던 계약이 '10년 후에도 서로 싱글이면 둘이 사귄다'였거든요.
이 전형적인 이야기가 '남/녀'에서 '남/남'으로만 바뀐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순수하게 진정한 사랑을 찾는 '마일스'(중앙), 빨간 옷을 입은 절친 '브로디'(왼편), 마일스가 찾아낸 그 남자 '헌터'(오른편)
이 영화를 만든 감독 겸 작가는 나름 <미션 임파서블> 1편에 제작자로 참여했다는... (그러나 그런 것 치곤 개인 실력은 그닥..)
위에 설명했듯이, '남/남' 설정이지만, 게이 캐릭터들이다보니 남성적 매력보다는 여성적 매력이 더 도드라지게 느껴집니다. 너무 섬세하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여성분들은 오히려 재미있게(마치 <섹스앤시티>를 보는 느낌으로)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마초성이 강한 남성분들은 절대 못 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일스는 너무 섬세한 성격에 남을 많이 배려하고, 특히나 진정한 사랑을 찾아 커플로 정착하고 싶다는 욕심에, 이를 부담스러워하는 많은 게이 남자들에게 차이기 일수입니다. 반면 브로디는 바람둥이과로 그저 하루하루를 인간관계가 아닌 즐기기위한 상대들만을 만나며 인생을 즐기는 캐릭터죠. 하지만 둘은 상당한 절친으로 서로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달려가는 우정을 과시합니다.
하지만 어느 날, 또 다시 누군가에게 차이고 자신은 홀로 늙어 죽을지도 모른다며 걱정하는 마일스를 보며, 브로디는 장난스런 약속을 합니다. 10년 뒤에도 만약 둘 다 싱글로 남아있다면, 둘이 여생을 함께 하기로요. (마일스가 법대생이라 나름 냅킨에 계약서를 써서 사인도 합니다)
그리고 당연히, 여느 로맨틱 코미디에서처럼, 9년 10개월... 정도의 시간이 흘러, 현재,
둘은 싱글이고 영화는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매우 섬세해서 자꾸 차이는 마일스 역의 잭 터너. 이 분 상당히 매력있는데, 극중에선 마치 브로디보다 못한 느낌으로 묘사가...;
브로디 역의 마이클 아담 해밀턴. 너무 기름진(?) 과라서 보는 내내 굉장히 부담되는 얼굴의 소유자입니다. 자료 찾아보니 발레리노 출신이더라고요.
이렇게 게이 커플의 이야기'만' 본격적으로 나온 작품을 보는 건 흔치 않아서 좀 희한한 느낌이 들긴 했습니다만, 전 나름 킬링타임용으론 재미있게 봤습니다. 물론 그런 기준에서라도 몇 가지 아쉬운 점은 분명 존재합니다.
둘 사이의 긴장감이 서로 감정의 밀당이 좀 제대로 왔다갔다 했으면 좋았을텐데, 아무것도 없다가 너무 갑자기 몰아친 느낌이고요,
주변의 캐릭터들이 너무 한정적으로 나옵니다. 백인 위주의 등장인물에 영화 전체를 통털어 여자 캐릭터는 오직 1명만 나옵니다. 게이가 아닌 등장인물은 브로디의 경찰 파트너(그런데 사실 이분도 느낌은 게이;)와 마일스 앞집 할아버지(사실 이 할아버지는 성정체성이 안나왔기 때문에 게이일수도 있음;)정도예요.
그러다보니, 세상과 동떨어진 판타지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더더욱 들기도 합니다. (사실 여느 로맨틱 코미디에서도 느낄 수 있으나, 이것에 비하면...)
조금 더 정교화 되었다면 좀 더 재밌지 않았을까 생각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큰 기획으로 제작된 영화가 아닌 듯 하여 이 정도 수준이면 '게이 오빠들 연애는 어떻게 하나'라는 궁금증을 해소하기엔 재미있습니다. (물론,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서의 묘사가 현실이라고 생각하면 안되겠지요...;)
그나저나, 넷플릭스에는 정말 다양한 취향의 영화가 골고루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수가 지금은 크게 많지는 않지만(한국에서는 자막 이슈도 있을 것 같고) 쌓이다 보면 다양성 영화들을 많이 만날수 있는 보고가 될 것 같아요.
반면, 남성 게이를 다룬 영화들은 좀 있지만, 여성 게이(레즈비언)를 다룬 영화는 다큐멘터리를 빼곤 대중영화는 없어서 좀 아쉽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즐 넷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