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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엡스타인: 괴물이 된 억만장자 (Jeffrey Epstein: Filthy Rich, 2020) : 끔찍한 성범죄 사건을 들여다보다 ::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본문

Drama, blah blah...

제프리 엡스타인: 괴물이 된 억만장자 (Jeffrey Epstein: Filthy Rich, 2020) : 끔찍한 성범죄 사건을 들여다보다 ::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쥬한량 2020. 12. 24.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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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사건인 것 같습니다.

엄청난 규모(기간이나 피해자수나, 가해자수나 모두 고려했을 때)의 성범죄 사건이고

대단한 인물들이 연루된 것 치고는 말입니다.



아마 한창 이슈가 되었을 시기에 우리나라에서는 나름대로의 미투 사건들이 있어서 

아무래도 국내 이슈가 더 중요하니까 상대적으로 묻혔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일단 이 시리즈는 범죄가 잔학하고 오랜 기간 자행되었으며, 

미성년자가 대다수의 피해자였고 

서로가 다단계처럼 엮여들어간 성범죄에 대해서 다루기 때문에

보는 내내 분노를 금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그리 유쾌한 경험을 주는 영상물이 아니기 때문에 추천하기 힘듭니다.

수사가 좀 진행된다 싶다가도, 부패한 권력과 돈 때문에 중단되었던 상황들은 정말 복창이 터집니다.

정 궁금하신 분들은, 4개의 에피 중 1편과 마지막 4편을 보시면 덜 속 터지실 겁니다.



하지만 마지막도... 짜증이 확.



정말 제프리 엡스타인은 악마이자, 진짜 반성이라곤 눈꼽만큼도 없었던, 소시오패스입니다.


이 놈은 인간이 아닌 악마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 다큐멘터리 시리즈의 특성상 줄거리라기 보다는 요약으로, 모든 주요 전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최초의 피해자 신고는 1992년에 있었습니다.

뉴욕세어 그림을 공부하던 여성이 제프리 엡스타인의 여자친구인 길렌 맥스웰과 알게 되면서, 제프리를 만나게 되었고,

제프리와 길렌은 여성을 예술가로서 후원해주겠다고 하면서 친분을 쌓습니다.

그러다 제프리가 발마사지를 해달라고 하고, 후원금을 받던 여성은 거북했지만 길렌과 함께 마사지를 시작했고 그건 갑작스레 잠자리로 이어집니다.

그녀가 의도하지 않았고 벗어나고 싶었지만, 제프리와 길렌은 교묘하게 그녀가 반항할 수 없도록 조종했습니다.

저 여자도 미친여자..

이후 그녀의 여동생을 공부시켜주겠다는 명목으로 학비를 대기도 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여동생도 그런 식으로 성폭행 했던 상황.

두 사람은 나중에서야 진실을 알게 되고,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미적거리던 수사는 어느 순간 진행되지 않게 되고, 길렌은 여성에게 미행을 붙이며 협박하기 시작합니다. 자신들에게 반항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겠다는 식으로요.



그들의 범죄는 뉴욕에서 뿐만 아니라, 휴가를 즐기던 플로리다 팜비치 별장에서도 이어집니다.

오히려 대놓고 미성년자인 여고생들에게 아르바이트(간단한 마사지)를 하면 200달러를 준다는 소문을 내고, 그와 동시에 친구를 데려오면 그 소개비로도 200달러를 주면서,

피해자들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립니다. 

(정말 전체 기간의 피해자 수를 가늠하면 천 명 가까이 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아니 넘을 지도 몰라요... 미친...)

한창 순수하게 커나가던 여자아이들이, 그렇게 그들의 사악한 손에 정신도 신체도 농락당하고 맙니다.



몇몇 부모들이 이를 알고 경찰에 신고를 하면서 경찰 수사가 진행되었고, 담당 수사관들은 열의를 다해 수사했지만,

검사 측에서 정보를 흘린 것으로 추정된 상황에서, 제프리는 압수수색 전에 중요 정보와 증거를 다 빼돌려버리고, FBI도 처음엔 공조수사를 잘하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부터 경찰과의 정보 공유를 거부하기 시작합니다.

제프리가 고위 공직자와 다른 권력자들과의 인연이 깊었기 때문이죠.

(과거에 트럼프와도 인연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져있지만, 나중에 사건이 불거지자 트럼프는 연락 안한지 오래됐다고 튐 - 그러나 과거 인터뷰에서 제프리에 대한 칭찬을 엄청 한 적이 있음)



부모들이 고용한 사설탐정들이 붙기도 했지만, 제프리 쪽에서도 반대되는 사설탐정을 붙여서 피해 아이들을 협박합니다. 돈은 넘쳐났으니까, 얼마나 쉬웠겠습니까.



재판이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갑자기 취소됩니다. 제프리가 검사(어쿠스타)와 모종의 딜을 했기 때문이죠.

피해자는 따로 있는데, 담당 검사와 알 수 없는 비공개 협의를 하고 제프리는 황제복역을 합니다. 1년 여의 기간을 자유 외출을 하고 비행기를 타고 섬을 다니면서, 복역 기간을 채웁니다.

사설 탐정이 그의 뒤를 쫓아 증거사진까지 찍어서 감찰관에게 연락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저희가 어쩌겠어요. 그 사람은 유명인이잖아요." 

라는 허망한 말뿐.

정말이지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실감되는 상황이었죠.



심지어 영국 앤드류 왕자까지도 제프리와 친분이 있었고, 

그에게 주로 농락당한 버지니아 로버츠는 그가 처음 자신을 학대하기 직전에 찍은 사진까지 가지고 있었지만,

버젓이 BBC 인터뷰에 나와서 거짓말을 찌끄리는 앤드류 왕자... 

 

버지니아는 제프리와 길렌에게 가장 길게 가스라이팅 당한 피해자 중 한명인데,

원래 마사지 테라피스트가 꿈이었던 버지니아를 어린 나이에 꼬셔서, 키워주겠다고 한 후, 

계속 데리고 살면서 학대하고, 다른 권력자에게 제공하는 방식으로 물건처럼 다뤘습니다.



심지어 나중에는 버지니아에게 대리모를 해달라고 하는데, 버지니아는 그때 정신이 번쩍 들면서 지금이야말로 이들을 떠나야할 때라고 결심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처음에 약속한 대로 마사지사 자격증을 따게 해달라고 하면서, 자격증을 따고 나면 그때 대리모를 하겠다는 식으로 약속을 했다고 해요.

버지니아가 자신들의 말을 거역하지 못할 거라 안심한 둘은 그녀를 태국으로 유학보냈고, 버지니아는 그곳에서 마사지 공부를 하다가 호주에서 온 남편을 만나 결혼해버리죠. 그리고 제프리에게 전하해서 그 사실을 전하며 자신은 돌아가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그리고 남편을 따라 호주로 가죠.



그랬던 그녀가 왜 나중에서야 그들을 고소하고 피해자로서 얼굴을 드러내게 된 걸까요?

그건 바로 그녀가 딸을 낳게 되면서, 제프리 같은 범죄자가 살고 있는 세상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다고 결심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피해가 끝이 나는 게 아니라, 자신 외에 또 다른 여성들이 피해자로 살고 있을 것이고, 또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끝내고 싶어서, 이 승산없는 싸움을 시작하게 된 거죠.



하지만 2000년 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상황은 좀 달라집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노동부 장관직 후보가 된 인물은 제프리의 첫번째 재판에서 모종의 딜을 했던 그 어쿠스타 검사.



바뀐 FBI와 바뀐 사법부의 사람들에게 제프리의 범죄는 이제 좀 더 심각하게 보여집니다.

미투운동과 함께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사람들이 생겨나죠.

그리고 결국 어쿠스타는 여론에 밀려 사임합니다.

좀 더 강력한 수사가 진행되고, 이번에도 그냥 넘길 수 있을 거라 오산했던 제프리는 마침내 범죄자 낙인이 찍힙니다.

개인적으로, 악랄한 범죄에 비해서 내려진 형은 길지 않다는 생각이 들지만(38년형?), 그래도 제프리의 나이로서는 종신형이나 다름없었던 형량.



피해여성들은 기존에 계속 좌절되었던 재판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에 힘을 얻고,

구형과정에 진심으로 기뻐하면서,

그와 더불어, 피해자들이 서로 연대할 수 있었던 게 가장 큰 힘이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렇게 끝나는 줄 알았던 제프리 엡스타인의 악마행각.

그러나 놈은 진짜 나쁜 놈이었습니다.



구치소에서 며칠 뒤 목을 매 자살해버립니다. 당사자가 없으니 재판은 진행될 수 없었고, 며칠 전에 유서 변경을 통해 전 재산을 빼돌려 놓은 상황. 

피해자들에게 돌아갈 구제금액을 없애버린 것이었죠.

일말의 반성도 없었던 소시오패스. 놈은 그렇게 세상에서 사라져버렸습니다.

피해 여성들에겐 심판이 완료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았죠.

 



- 길렌 맥스웰은 2020년 7월 2일 체포, 계속 혐의를 부인하고 말도 안되는 소리(제프리가 피해자들을 그렇게 다루는 지 몰랐다)만 계속 주장했지만, 기소되어 수감중으로, 유죄 확정시에는 35년형을 받게 될 예정입니다.


- 처음에 도대체 이런 인간이 어떻게 돈을 벌고 억만장자가 되었는가가 저의 가장 큰 의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놈이 억만장자가 된 것도 운명의 장난 같은 상황이더군요. 대학 중퇴 후 어느 고등학교에서 선생으로 일하다가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돈 흐름은 잘 읽었나봐요) 자산운용사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이력을 거짓으로 적어서 냈고, 심지어 그걸 나중에 들켰어요. 그때 해고됐다면 이렇게까지 부자가 될 일도, 피해자를 만들어낼 일도 없었을 텐데, 그때 상사가 그걸 또 봐줍니다... 그 전에 성과를 잘 냈고, 상사로서는 젊은 사람의 인생을 망칠 수가 없어서 그랬다는데... 참으로 짜증이. 


- 이 다큐멘터리에는 초반에 소설가 제임스 패터슨이 증언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팜 비치에서 제프리의 별장 근처에 살았기 때문인데요, 그는 이 다큐멘터리의 원작(르포타주?)을 저술했기 때문이기도 하죠. 사실 저에게는 <선데이즈 앳 티파니>라는 로맨스 소설로 익숙한 작가라서 처음에 깜짝 놀랐습니다. (범죄 연루된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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