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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왓치맨 Watchmen 2019> 줄거리, 결말 : DC 만화 원작 : 성공적인 드라마화 : 강추 :: 웨이브 미드 추천 본문
드라마 <왓치맨 Watchmen 2019> 줄거리, 결말 : DC 만화 원작 : 성공적인 드라마화 : 강추 :: 웨이브 미드 추천
쥬한량 2021. 8. 19. 14:43근 10년 간 마블 코믹스 원작의 영화들이 득세했었죠.
하지만 그전에 DC 원작의 영화와 드라마들이 있었고
사실 저는 DC 코믹스 쪽이 제 성향에는 좀 더 맞다고 생각하고 살았어요.
어딘지 조금 어둡고 침침한 구석이... DC가 강하거든요.
마블을 밝고 힘찬 느낌. 물론 이쪽에도 캐릭터의 어두운 면과 서사가 적용되기도 합니다만
묘하게 DC 쪽이 더 침울해요. 저는 그 분위기가 좀 더 맞았고요.
<왓치맨>은 그런 분위기의 최고봉을 찍는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만화치고는 워낙에 깊은 고민과 철학이 반영된 세계관이 담겼던 터라,
어디서 보니까 영미권 100대 소설 중 유일하게 그래픽 노블로서 포함된 작품이기도 한다더군요.
(아, 이런 건 출처를 밝혀야 신빙성이 있는데 분명 봤건만 다시 찾으려니 못 찾는...;;)
사실 오래 전 잭 스나이더 감독이 만든 <왓치맨>은 조금 어정쩡했어요.
깊은 어둠을 표현해보려다가 만 느낌?
그런데 이번에 웨이브에서 HBO 독점으로 가지고 온 이 드라마는
정말이지 엄청나네요. 후우.
너무 무겁고 난해한 설정의 세계관이긴해서 사실 초반 2-3편 까지는 무슨 소리인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쫓아가기 꽤 힘든데(게다가 대체역사물이라서... - 차라리 역사를 아예 모르면 그냥 보겠지만, 로버트 레드포드가 대통령이라니... 으잉..? 이러기 시작하면 끝이 없어진다는;;)
에피소드를 조금 넘어가면 한 편 한편 끝날 때마다 '후아...' 하게 됩니다.
IMDB 평점들도 에피5 정도부터는 9점이 넘어요.
앞얘기가 너무 길었네요.
복잡하고 어려운 주제와 스토리지만... 드라마 <왓치맨>의 줄거리와 결말을 열심히 정리해보겠습니다.
시작~ :)
오믈렛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계란을 깨야 한다
드라마는 1921년 미국 털사에서 일어난 KKK단의 흑인 대학살 사건에서 시작됩니다.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함)
여전한 인종차별로 인해 흑인들의 인권이 처참했던 것도 모자라
나라를 위해 봉사(군인)했음에도 불구하고 학살 사건으로 아들만은 살리기 위해 친구의 대피차량에 아이를 싣는 부모.
하지만 차마저 사고가 나고 아이만 홀로 살아남게 됩니다.
그의 존재는... 나중에 밝혀지죠.
영국이나 스코틀랜드 어딘가로 보이는 대저택에서 요양생활을 하는 걸로 보이는 귀족남자.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에이드리안 바이트. (왓치맨 세계관을 알고 있으면 좀 알 수 있는데.. 아무튼 천재에 재벌, 능력자로 세계를 구원하는 왓치맨의 수장같은 역할을 하였지만...)
그가 왜 저런 생활을 하는지,
그를 둘러싸고 시중을 드는 사람들은 왜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사실 그가 있는 곳은 닥터 맨해튼이 목성의 위성에 만들어낸 세계였음)
이 드라마의 가장 중요한 주인공은 사실 앤젤라 에이바(레지나 킹) 입니다.
그녀는 베트남에서 태어났지만 파병가있던 미국인 아버지로 인해 국적은 미국인,
그러나 사고로 부모님이 한번에 돌아가시면서 고아가 됐었죠.
베트남에서 경찰을 하다가 부모님의 고향인 오클라호마 털사로 결혼과 함께 돌아옵니다.
비슷한 처지의 백인 아이들 3명을 입양해 키우고 있었죠.
하지만 사실 그녀는 경찰소속 자경단 시스터 나이트. (수녀복장 히어로)
여기서 이 드라마의 세계관이 드러나게 되는데,
자경단의 출연으로 이 지역에서는 경찰들조차 마스크를 착용해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보호한다는 명목의 법(킨 상원의원 발의)을 만들어 얼굴을 가립니다.
나중에 좀 더 자세히 표현됩니다만, 인간이 가면을 썼을 때 달라지는 성향을 여러 측면에서 다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경단의 가면, KKK단의 가면, 7기병대의 가면...
앤젤라는 자신이 모시는 서장 저드와 개인적인 친분도 깊으면서
백인임에도 불구하고 흑인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를 존경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하지만 저드는 초반에 기묘한 상황으로 죽음을 맞이합니다.
자살한 듯 목을 매달고, 그 옆에는 휠체어에 탄 100살이 넘은 흑인 남자가 있었죠.
그가 앤젤라에게 전화를 걸어 현장으로 오게 합니다.
과연 무슨 일이...?!
드라마에서 7기병대가 쓰고 나오는 마스크에는 모두 '로르샤흐' 무늬가 그려져 있는데요,
(사실 이 명칭 때문에 초반에 엄청 헷갈렸다는..;)
원래는 왓치맨에 '로어셰크'라는 이름의 캐릭터가 나왔는데,
드라마에서는 그 캐릭터를 없애고 7기병대의 역할로 바꾼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한번쯤 봤을 로르샤흐 테스트는, 아래 사진에서 처럼 물감 얼룩을 대칭으로 찍고
거기서 어떤 이미지를 보느냐에 따라 사람의 심리를 읽어내는 심리테스트입니다.
같은 그림에서도 다른 이미지를 보는 시각의 차이, 극단성을 나타내기 위한 차용인 것 같아요.
2000년대에도 인종차별을 자행하는 집단인 7기병대를 대표합니다.
이 세계가 얼마나 독특한 지를 알려주는 에피소드1의 마지막 장면.
하늘에서 우박같은 게 떨어지는데...
알고보니 오징어 비.
(사실 오징어라고 하기엔 작아서 제겐 꼴뚜기로 보입니다. 진짜 그걸지도...)
저 장면에서 '아, 이 드라마는 현실적 배경을 하고 있지만 완전히 다른 세계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대체역사물이더라고요.
(*대쳬역사물: 우리가 알고 있는 시대이지만 다른 일이 있었다는 가정으로 바뀌어진 서사를 가진 작품)
** 아래는 결말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원치 않으시면 이 색상 글씨는 건너뛰어 주세요 **
왓치맨의 시작이 된 '후디드 저스티스'의 탄생 이야기도 시작됩니다.
털사 최초 흑인 경찰관이 되었지만
여전한 인종차별과 불합리한 사건 처리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 윌리엄 리브스.
그가 결국 선택하게 된 방법은 얼굴을 가리는 것이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마스크로 드러난 눈 주위를 화장품으로 백인처럼 메꿔서
누구도 자신이 흑인이라는 것을 모르게 합니다.
흑인이 히어로 역할을 하면 그 조차도 반대에 부딪칠 게 분명했기 때문이죠.
그가 바로 저드를 목 매게 해서 죽인 장본인 휠체어 할아버지였습니다.
앤젤라의 할아버지였죠.
나중에 밝혀지지만, 사실 저드는 위장하고 살아가던 7기병대의 일원으로
겉으로는 흑인들을 보호하고 돕는 백인처럼 보였지만, 자신의 할아버지 때부터 KKK단 활동을 하던 사람이었던 것.
그것을 앤젤라의 할아버지가 알아냈고(사실 이게 계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의 패러독스로 나중에 나옵니다만...)
할아버지가 저드를 죽이면서 앤젤라가 각성하고 모든 사건을 풀어가는 시발점이 됩니다.
킨 상원의원에게 사건 조사를 의뢰받고 털사로 오게 된 또 다른 인물, FBI요원 로리 블레이크.
그녀는 전 시대 왓치맨인 코미디언과 실크 스펙터의 딸로, 태생적 고통(강간으로 태어남)을 안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때문인지 자경단을 잡는 사냥꾼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데
초월적인 존재인 닥터 맨해튼의 옛 연인이기도 합니다.
그녀가 사건에 합류하면서 앤젤라에게 위협이 되기도 하고 도움이 되기도 하는 관계가 설정되고...
이 드라마의 중요한 인물 레이디 트리유.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심상치않다고 생각했는데, 뒤로 가면 정말 심상치 않은 인물...
사실 가장 음흉하게 자신의 이익을 위해 모든 걸 준비했다고 볼 수 있는데,
자신이 너무 뛰어나서일까요.
자아도취가 심해서일까요...
안타깝게도... 초월신 같은 존재와 자신보다 더 자아도취가 심했던 아버지를 간과하면서 비극적(?) 종말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래도 이 사람 이야기가 끼어서 너무 재밌어졌어요.)
앤젤라는 할아버지의 기억이 저장된 약(치매를 위해 개발된 것으로 설정된 약품으로 과거 기억을 한알 한알에 담아서 옛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 먹음)을 한 입에 털어넣고
할아버지의 기억을 촉각까지 경험하게 됩니다.
그가 왜 후디드 저스티스가 되어야 했는지, 어떤 고통으로 그 옷을 입게 되었는지,
왜 자신이 할아버지의 존재를 모르고 살았는지 깨닫게 되죠.
그리고 대망의... 존재를 숨기고 살던 닥터 맨해튼을 깨우게 됩니다.
7기병대가 닥터 맨해튼을 가두는 기술을 알아냈고 그에게서 힘을 빼앗아 킨 상원의원의 몸에 넣고 백인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드려는 계획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레이디 트리유 또한 그 계획을 이용해 닥터 맨해튼의 힘을 자신이 빼앗을 생각을 하고 있었고...
그러나 닥터 맨해튼은 모든 시간을 동시에 사는 존재.
이미 모든 사건이 꿰뚫어보고 있었고
자신이 살 길을 찾진 못했지만 어떻게 해야 앤젤라를 구하고 아이들을 구하고 세상을 구할 수 있을지를 알았던 존재였으니,
앤젤라를 처음 만났을 때 앤젤라의 할아버지인 윌을 찾아갔었고
그에게 저드의 존재를 알려주게 되었고 (여기서 계란/닭 패러독스.)
그렇게 윌이 10년 뒤 저드를 죽이게 됩니다.
그리고 오지만디아스를 찾아가 그가 원하던 삶(?)을 살면서 시간을 보내게 했다가
레이디 트리유를 막게 만들죠. (사실 이것까지 모두 완전히 계산한 건 아닌 거 같지만)
+사실 레이디 트리유는 오지만디아스의 청소부가 그의 정자 샘플을 몰래 빼내서 가진 애였던 것.
(천재적 아이를 낳고 싶었나...)
트리유가 사업을 확장하려고 할 때 오지만디아스를 찾아가 투자를 요청했지만 거절했고
트리유는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던 차에 우연찮게 아버지를 구하면서 지구로 데려왔던 것.
세상은 구했지만 사랑하는 사람(닥터 맨해튼)을 잃은 앤젤라는
집에 돌아와 흐트러진 부엌을 치우다가 닥터 맨해튼이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자신의 능력을 남에게 줄 수 있는 방법으로, 식품에 힘을 전이시킨 후(물론 훨씬 어려운 말이었음 ㅋ) 상대가 그걸 먹으면 자신의 능력을 부분적으로 줄 수도 있다는.
그리고 그가 오믈렛을 만든다고 부엌에 있을 때 "계란 조심해!"라고하면서 냉장고에서 계란을 꺼내는데,
영어로는 "Watch the eggs!"라고 했거든요. (얼핏 들은 거 같아서 찾아봤더니 역쉬...)
앤젤라가 나중에 그 장면을 회상하면서 그 말을 "계란 살펴 봐!"라고 생각하고 보니
유일하게 깨지지 않고 남아있는 계란이 하나... 두둥!
그 계란을 들고 뒷마당 수영장으로 향한 앤젤라는 날계란을 깨서 그대로 삼킨 후,
발을 천천히 물 위로 내밉니다... (끝)
+닥터 맨해튼이 생뚱맞은 상황에서 수영장 물 위를 걸으면서 앤젤라가 지금 뭐하는 거냐고 화내니까, "당신이 이 장면을 봐야 하거든"이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정말 뒤로 갈수록 감탄이 나오는 드라마였습니다.
설명이 조금 친절했다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면 깔끔하진 않았을 것 같기도 하고요.
다 보고 나니 왜 이 드라마가 에미상을 11개나 휩쓸었는지 알겠더라고요.
인종차별을 비롯한 미국의 사회적 문제를 이런 세계관으로 풀어낼 수 있다니
작가진이 너무 대단하게 여겨졌습니다.
위에 말씀드렸다시피, 초반부는 적응이 잘 안되어서 제대로 이해를 못했던 상황이라
시일이 지나면 다시 한번 정주행을 해야겠단 생각이 들어요.
그러면 못 보고 지나친 것도 다시 보게 될 듯...!
드라마 보면서 특히 재밌었던 부분은,
오지만디아즈(에이드리안 바이트)의 시중을 드는 캐릭터들이 같은 얼굴이라 '와, 이거 찍으려면 저 배우들이 여러번 찍었겠다' 생각했었는데,
생각해보니 요즘은 '딥 페이크' 기술이 있었죠. 나중에 얼굴만 합성했을 것 같다는... 무섭지만 편리한 영상기술이죠... 흠;;
더불어, 닥터 맨해튼은 모든 시간을 동시에 사는 존재라는 설정을 예전에 영화에서도 인지하긴 했었지만 정확하게 이해는 안됐었거든요.
그런데 이번 드라마에서 확실하게 알게 되었고,
그 설정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독특하고 의미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이 드라마 어려워서 못 보겠는 사람은 그걸 잘 표현한 에피소드 8만이라도 보라고 하고 싶어요!
다른 분들도 저만큼 감동도 느끼고 재미도 느끼셨으면 좋겠네요.
아, 왓치맨 만화 원작도 궁금한데 미국식 만화스타일은 영 못 따라가겠더라는... ㅜ_ㅜ